짜증

mansteppedgum

일을 하다보면 짜증이 급습할 때가 있다. 대게 일 자체가 아니라 사람때문이다. 기획서를 쓰다가, 보고서를 쓰다가, 이메일을 쓰다가 짜증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기획서를 집어던지는 상사가, 보고서에 꼬투리 다는 다른 부서 매니저가, 이메일에 싸움거는 거래처 사람 때문에 짜증이 난다. 심한 경우에는 서로의 감정이 맞부딪힌다. 말싸움이 되기도 하고, 상대방을 공격하려고 증거를 찾기도 하고, 심지어는 고소까지 할 때도 있다.

일상도 그렇다. 점잖게 운전을 하는데 위험하게 끼어드는 사람도 있고, 나는 가만히 있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 SNS에서 내 포스트에 말꼬리를 잡고 훈계를 하기도 하고, 길거리를 가다가 재수없이 껌을 밟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사실 짜증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짜증 저 짜증을 일부러 밟으며 하나씩 싸우고 핏대를 세우는 사람도 있다. 어떤 놈이 껌을 버렸는지 찾아내서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철인의 의지를 가진 사람도 있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반응을 선호하지 않는다.

각별히 조심하는 게 짜증을 피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미리 미리 조심하면 된다. 하지만 길거리에 버려진 수많은 껌을 하나씩 쳐다보며 조심스레 피해간다고 생각해보면 답답하다. 내가 정작 가려던 길을 잃으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잊는 것이다. 껌을 뱉는 사람은 늘 있지만, 내가 그걸 제어할 수는 없다. 잊는 연습을 해야 한다.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잊지 못하는 이유는 내게 중요한 게 없어서 그럴 가능성이 높다. 친구들과의 허심탄회한 저녁 식사가 기다려진다면 그게 짜증보다 중요하다. 이번 분기 실적이 잘 가고 있다면 일할 맛이 나고 그게 껌밟은 것보다 더 중요하다. 주말에 가족과 공원에서의 피크닉이 기다려진다면 남이 유발하는 짜증은 잊기에 더 쉽다. 당신 경력의 중차대한 목표가 차곡차곡 계획되어 있다면 껌이 아니라 개똥을 밟아도 그러려니 할 수 있다.

짜증의 급습은 어쩌면 당신이 당신을 소중하게 대하지 않기 때문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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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짜증

  1. 덧붙이자면 정작 처리해야할 중요한 문제를 미적미적 미루고 있을때…소소한 일들에도 괜히 짜증이 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러고 있어서요).
    아픈데를 오늘도 ‘콕’ 찝어주셨습니다. 부끄럽고 감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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